3편에서 멀티에이전트의 현실적 한계를 짚었다. 이번엔 그 한계가 어디서 오는지 본질을 이야기한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 힘든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AI는 데이터를 읽지만, 사람은 맥락을 읽는다.
데이터에 가까울수록 AI가 강하다
모든 직무가 동일하게 대체되지는 않는다.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 ←------------------------------→ 데이터
영업, CS, 기획 퀀트, DBA, ML엔지니어
← 사람이 강한 영역 AI가 강한 영역 →
사용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계층일수록 사람이 필요하다. 고객의 말 뒤에 숨은 감정,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불편함, 관계에서 오는 신뢰. 이런 것들은 데이터로 포착되지 않는다.
반대로 데이터에 가까울수록 AI의 의존도가 높아진다. 사람이 다 잡아내기 힘든 패턴을 빅데이터에서 찾아내는 일, 수천 개의 변수를 동시에 고려하는 일. AI가 진짜 강한 영역이다.
퀀트 트레이딩이 주는 힌트
그 경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기업의 어닝서프라이즈가 나와도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적 숫자는 완벽한데, 사회 한 축의 작은 불안이 시장 전체를 흔든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이 아니라 그 실적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결정한다. 그리고 그 받아들임에는 인간의 감정이 들어있다.
퀀트 트레이딩은 그 감정을 배제하고 수학적 통계와 수치로만 시장을 해석한다.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방대한 데이터, 명확한 수치, 빠른 판단.
그런데 퀀트 트레이딩으로 꾸준히 돈을 버는 회사가 드물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같은 극소수의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장은 데이터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AI로 회사를 대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퀀트가 시장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는 이유와, AI가 조직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같다.
현실은 수치로 환원되지 않는 변수들로 가득하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팀원이 왜 그 결정에 저항하는지, 지금 이 타이밍에 이 기능을 출시하는 게 맞는지. 이런 판단들은 데이터에서 나오지 않는다. 축적된 경험과 관계와 감각에서 나온다.
AI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곳에서 강하다. 합격/불합격이 있는 테스트, 수치로 측정되는 성과, 반복 가능한 패턴. 하지만 회사에서 실제로 중요한 결정들은 대부분 그 기준 자체를 만드는 일이다. 무엇을 만들지, 왜 지금인지, 어디까지 할지. 이건 데이터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다.
결국 남는 질문
AI가 대체하는 건 직무가 아니라 직무 안의 특정 작업이다. 그리고 그 작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반복적이고, 수치화 가능하고, 기준이 명확한 것들.
반대로 사람이 남는 영역도 공통점이 있다. 기준을 만드는 일, 감정을 읽는 일, 책임을 지는 일.
퀀트 트레이딩이 시장을 이기기 어렵듯, AI로 회사를 통째로 돌리기는 아직 요원하다. 둘 다 같은 이유에서다. 세상은 데이터보다 복잡하고, 사람은 수치보다 감정적이다.
다만 퀀트가 전통적인 펀드매니저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듯, AI도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 대체가 아니라 변형.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정확한 이름일 것이다.
이 시리즈의 출발점은 Youtube @HONGLAB의 <드디어 C++ 무너지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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