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랩의 영상 하나를 보다가 생각이 길어졌다.
C++이 Rust에게 무너질 것인가. 댓글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언어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COBOL이 수십 년째 금융권에서 살아있듯, C++도 그 방대한 코드베이스와 생태계의 무게로 버텨낼 것이다. "대체"가 아니라 "영역 분리"가 일어날 뿐이라고.
그 댓글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개발자는?
AI가 개발자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이론적으로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모든 코드베이스, 모든 요구사항, 모든 문서가 AI 모델의 컨텍스트 안에 들어와야 한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RAG, 서브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점점 늘어나는 컨텍스트 윈도우를 보면, 이 장벽은 사실 가장 빠르게 허물어질 것들 중 하나일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장벽은 따로 있다. 코드가 아니라 암묵지다. 왜 이 설계를 택했는지, 이 요구사항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역학, 레거시가 왜 이 모양인지. 이런 것들은 문서화조차 안 돼 있고, 컨텍스트에 넣을 수조차 없다. AI는 코드를 읽을 수 있어도 조직의 역사는 읽지 못한다.
잠식은 아마 이런 순서로 올 것이다.
모듈 → 기능 → 서비스 → 도메인 → 국가
각 계층마다 저항점이 다르다. 모듈과 기능 레벨은 이미 상당히 잠식됐다. 유지보수, 작은 기능 추가, 버그 수정. 커맨드 AI가 팀 단위 서브에이전트를 호출하는 구조로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다.
서비스 레벨부터는 도메인 전문성과 비즈니스 판단이 섞이고, 도메인 레벨부터는 규제와 책임이 섞인다.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구간이 거기다. "AI가 배포했습니다"로 장애 책임이 끝나지 않는 한, 판단하고 서명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남아야 한다.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제도의 문제다.
결국 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단순히 요구사항을 받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AI 여러 개가 만들어낸 결과물 사이의 모순을 발견하고 중재할 수 있는 사람.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면서 AI 출력을 검증하는 사람.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링 감각을 요구하게 될 수도 있다.
1명이 수십 명 몫의 코드와 도메인을 이해하고, 요구사항을 타협하며 풀어내고, 구현을 감독하고 검증하고 배포까지. 대체가 아니라 압축이 일어나는 것이다.
C++이 Rust로 대체되는 게 아니라 영역이 분리되듯, 개발자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역할이 올라가는 것일지 모른다. 추상화 레이어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곳에서 사고하는 사람만 남는다는 패턴, 역사는 계속 그걸 반복해왔다.
다만 그 압축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리가 사라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Youtube @HONGLAB <드디어 C++ 무너지나> 를 보고
서로 존중하며 다양한 의견을 내주시는건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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